75년을 이어온 두 가문의 동업이 산산조각 난 '고려아연 사태'. 지난 9월 9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면서, 이 지루한 경영권 다툼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고, 어제 주총에서는 무엇이 결정됐는지 한 번에 정리해 드립니다.
📌 반세기 넘게 이어진 '한 지붕 두 가족'
이야기는 194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故) 장병희·최기호 두 창업주가 함께 세운 영풍기업사가 모든 것의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그룹의 뿌리인 지주회사 영풍은 장씨 일가가, 핵심 사업체인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나누어 맡는 독특한 경영 구조가 자리 잡았습니다.
비철금속 제련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고려아연은 아연·연·동 등을 생산하며 자동차, 전자, 건설 등 국내 산업 전반에 필수 원자재를 공급해 온 '산업의 뿌리'와 같은 기업입니다. 두 집안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며 지분 균형을 유지해왔고, 이는 오랫동안 재계에서 모범적인 동업 사례로 꼽혔습니다.
⚡ 갈등의 불씨, 3세대 경영과 신사업 드라이브
그러나 경영권이 3세대로 넘어가면서 균열이 시작됐습니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취임한 이후, 기존 제련업에만 머물지 않고 신재생에너지·이차전지 소재·자원순환을 축으로 하는 이른바 '트로이카 드라이브' 신사업을 강하게 밀어붙였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벌어졌습니다. 글로벌 기업과의 제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외부 우호 지분을 끌어들이는 방식이 장씨 일가 측 영풍의 반발을 샀습니다. 기존 주주 지분이 희석되고 오랜 가문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였습니다. 이 지점이 75년 동업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낸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 사모펀드 MBK의 등장, 전면전으로
갈등이 완전히 공개된 건 영풍이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손잡으면서부터입니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 확보에 나서겠다고 선언했고, 이때부터 양측의 지분 확보 전쟁이 본격화됐습니다.
이후 양측은 막대한 자금을 동원한 자사주 매입, 우호 지분 확보전, 법원 가처분 신청 등 법정 공방까지 이어가며 팽팽한 대치를 이어왔습니다.
🗳️ 9월 9일, 운명의 임시주주총회 결과
그리고 어제, 서울 용산 몬드리안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제53기 임시주주총회에서 이번 분쟁의 흐름을 가늠할 표 대결이 벌어졌습니다. 핵심 안건은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선임과 집중투표에 의한 독립이사 4인 선임이었습니다.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를 선임하는 안건은 출석 의결권 대비 81.8% 찬성으로 가결됐고, 영풍·MBK 측이 추천한 후보 안건은 27.93% 찬성에 그쳐 부결됐습니다.
집중투표제에 따라 최윤범 회장 우호 측 후보 2인, 영풍·MBK 측 후보 2인이 나란히 선임됐습니다. 그 결과 이사회 정원이 14명에서 18명으로 늘었고, 구성은 최 회장 측 11명 대 영풍·MBK 측 7명으로 재편됐습니다. 이후 이어질 감사위원 1인 추가 선출에 따라 이사회는 19명 체제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 안건 | 결과 | 비고 |
|---|---|---|
| 감사위원(제3-1호, 이사회 추천) | 가결 (81.8%) | 현 경영진 측 후보 |
| 감사위원(제3-2호, 영풍·MBK 추천) | 부결 (27.93%) | 영풍·MBK 측 후보 |
| 독립이사 4인 선임(집중투표) | 가결 | 최 회장 측 2인 + 영풍·MBK 측 2인 선출 |
이번 결과, 무엇을 의미할까
가장 상징적인 결과는 감사위원 표 대결입니다. 일반주주 다수가 영풍·MBK 측 후보 대신 현 경영진이 추천한 후보에 힘을 실어줬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이를 최윤범 회장 측의 경영 연속성과 중장기 성장 전략에 대한 신임 투표 성격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고려아연 측 역시 이번 결과를 "적대적 공개매수와 경영 개입 시도에 대해 주주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독립이사 4인 선임에서는 영풍·MBK 측 후보 2인도 함께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이사회 내 소수 지분을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즉 이번 주총은 '완승'이라기보다 고려아연 경영진이 우위를 지켜낸 가운데 영풍·MBK 측도 이사회 내 발판을 남긴, 절반의 봉합에 가까운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이번 임시주총으로 당장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된 것은 아닙니다. 이사회에 양측 인사가 함께 들어간 만큼, 앞으로 이사회 운영과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가 핵심 산업의 미래와 바람직한 지배구조의 방향을 두고, 75년 동업의 결말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 글은 공개된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정보성 콘텐츠이며, 투자 판단의 근거로 사용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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